대입이 끝난 후에

Nichijou

어언 18년, 내다버린 6년

말하기는 낯 부끄럽지만 그래도 일단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시작했고 중학교 때 학교에서 @onebone을 만나면서 그나마 제대로 된 코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계기는 초등학교 때 내가 컴퓨터를 잘하는 줄 착각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VB6 코드를 따라치는 것이었다. 그 때는 그냥 뭣도 모르고 이게 뭔지도 모르고 조금씩 따라치고서는 자신감이 붙자 뭔갈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 때까지는 그냥 복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제대로 코딩을 시작하게 된 건 마인크래프트였다. 현재는 마인크래프트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지만, 무튼 당시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여러 모드를 보다가 어멋, 멋있어! 하고서는 모드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고, 초딩 때였지만 무튼 네이버에 ahog3님 블로그를 보고 이것저것 따라하면서 지금보면 흑역사 뿐인 모드들을 조금 만들었었다.

중학교 때 올라오면서 여전히 흑역사인 코드들을 조금 짰다. 이 때부터 자바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 그러면서 내 게임시간을 서서히 갉아먹더니 고3이 끝나고 보니 내 시간을 더럽게 많이 잡아먹었었더라.

아무튼 고1로 다시 돌아가면 그 때는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입시설명회를 기웃기웃 거리다가 특기자 전형 소리를 들은 후에 특기자 전형에 꽂혔다. 그리고 준비를 그냥 쌩까고 평소부터 만들고 싶었던거나 계속 만들었다. 오버런 온라인 같은 프로젝트도 걍 하고 싶어서 했었다. (물론 어쩌다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올 공모에 출품하긴 했었다.) 이렇게 보면 난 정말 운이 좋았던 셈이다. 어쩌다 뭔가 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됐었고 타이밍까지 맞아 떨어졌다.

고3 때에도 올라와서는 아 그래 이제는 좀 대학 갈 준비를 해야지 라고 하고서는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걍 하고 싶었던 코딩을 했다. 이 때도 정말 운 좋게 그 당시에 컴파일러나 렌더링 같은 데에 꽂혀서 (깊게 팠었던 것도 아니다.) 뭔가 쓸 것이 생겼다. 그래도 지나고 생각하면 공부를 하는게 맞았던 거 같은데 왜 안했을까 싶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도 충분히 코딩할 수 있었지만 나 자신이 너무 안일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뭐 그리고 내가 딱히 내신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3.x) 팀 내의 굇굇분들 처럼 공부에 소질이 있다거나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던 것도 아니니 (과학중점고등학교에서 중점만 빠졌으면 좋았겠다.) 어쩔 수 없이 특기자를 썼다. 그것도 원래는 6특기자 생각이었지만 주변에서 -IST 대학도 노려보래서 8특기자씩이나 쓰고 원서비로 좀 많이 날렸다.

이건 사족이지만, 내가 고등학교에 대해 3년 동안 욕 했어도 나름 이 고등학교가 내 진학에 도움을 준 것 같긴 하다. 좀 곤란한게 교수님 아들 딸이 많으셔서 내신따기는 힘든데 그걸 알아주는게 대전 지역 대학교 뿐이라서...

아무튼 뭐 결과는 괜찮았다. 내가 원서 넣은 대학 중에 가장 높은 대학은 쓸 생각도 없어서 원서 제출 당일날 자소서를 쓰고 운 좋게 서버가 터져서 제출하고 면접도 뭐 안되겠지 하고 대충 본 대학교였다. 하지만 그 대학교 빼고는 다 1차만 붙고 2차에서 떨어져버렸다.

사실 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물론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기도메타를 위해 종교를 권유하는건 아니고...

만약 SW 특기자를 노린다면

특기자 전형에 대해 말할 일은 좀 많았다. 첫번째로 동아리 후배한테 말했었고, 두번째로 학교에서 강의하라고 해서 학교 후배들한테 약을 팔면서 말했다. 그 때마다 뭔가 이것저것 많이 말한 것 같은데 말한게 전부 기억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쨌든 특기자 전형의 준비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첫번째는 일을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일을 정리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면접이다.

일을 하는 것

나는 대학교의 관계자가 아니고 대학교에서 뭘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뭔가 그럴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게 좋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컴파일러나 렌더러 그리고 머신러닝을 열심히 했었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준의 무언가를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나는 대부분을 그냥 만들고 끝냈지만 대회에 나가는 것 또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일을 정리하는 것

이걸 만드는 데 사용한 것, 만든 과정, 스크린샷, 느낀 점, 알게된 점, (여러 명이 했다면) 내가 맡은 일 등등을 정리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편이 자소서를 쓰기에도 이걸 제출하기에도 좋다. 대회 수상실적이 있으면 제출 직전에 쌤한테 원본대조필을 찍어서 적절하게 끼워넣으면 된다.

힘들었던 건 대학마다 요구하는 페이지 수가 다르다. 성균관대(이제 더 이상 특기자를 뽑지 않음)랑 경희대는 10항목 20페이지를 요구했었고, 한양대는 3개 항목을 줄글로, 서강대는 3항목 3페이지 등등을 요구했다. 나는 10항목 20페이지를 하나 만들고 각 대학별로 적절히 편집해서 제출했다. PDF 편집 기능은 Adobe Acrobat이 짱...

대학별로 어디에 뭘 기재하시오 이런것도 다른데 어크로뱃으로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다.

이런 대학 별로 다른 내용들은 액셀로 이런거 정리하면 편하다.

나는 디자인을 정말 공들여 했는데 한양대 면접에서 보니까 디자인을 공들여 한 사람도 있고 대충 한컴오피스로 작성한 티가 나는 문서를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뭐 이건 나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입시 자료가 궁금하신 분께서 계시다면 제 프로필의 이메일로 연락해주세요. 제공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면접

대학마다 다른데 대부분 특기자 서류에서 질문이 나온다. 특히 서강대는 전부 특기자 서류에서만 질문이 나왔었다. 사용한 라이브러리와 그 이유 같은 직접 만들어야 대답할 수 있을만한 질문들이 꽤 나왔었다.

유니스트는 정말 뜬금없는 지문과 (미리 몇 개 풀어보고 갔는데도 망했다) 일반고인데 내신이 이래도 괜찮냐고 까인 것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카이스트는 가장 뻔한 질문을 한 대학과 동시에 가장 깊은 질문을 한 대학이었다. 읽은 책 (인문학 쪽)과 같은 질문부터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해 정말 상세한 질문을 하였다.

면접에 대해 더 언급해도 괜찮나 모르겠어서 넘어가야겠다.

결론

맨 첫 문단을 쓴건 뻘 생각이 많아져서 어쩌다가 이 짓을 하게 돼서 이렇게 왔는지를 생각해본 결과고, 특기자 전형에 대한 말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전 이렇게 준비했으니까 참고하세요를 말하기 위함이다. 입시 전략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주변에 나를 도와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하고 싶고,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특히 몇몇 분들께서는 대학이든 다른 것이든 언제나 정말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보다 훨씬 열심히 노력한 사람도 주변에 있고 정말로 이 사람만큼은 잘 됐으면 하고 생각한 사람도 많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 사람들이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이 글이 오만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을지 많이 걱정을 했다.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정말 마음을 담아서 사죄하고 싶다.

아무튼 내 기준으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코딩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참 힘들었다. 이 힘든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